
AI 반도체 열풍이 본격화되던 시점, 저는 SK스퀘어라는 종목에 조용히 비중을 실었습니다. 당시 주변에서는 "지주사는 답답하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편견을 깨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NAV 할인과 자사주 소각, 제가 베팅한 이유
그때 시장이 SK스퀘어를 보는 시각은 단순했습니다. "SK하이닉스 주식을 간접적으로 들고 있는 지주사"라는 것이었고, 덕분에 주가는 NAV(순자산가치) 대비 과도하게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NAV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총가치에서 부채를 뺀 값으로, 쉽게 말해 "이 회사를 지금 당장 해체하면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지주사는 구조적으로 이 NAV보다 낮은 주가로 거래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지주사 할인'이라고 부릅니다.
제 경험상 이 할인율이 지나치게 벌어져 있을 때가 오히려 매수 기회입니다. 그리고 그 할인을 좁혀줄 촉매제가 있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SK스퀘어가 경상 배당 수입의 상당 부분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활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을 때, 저는 확신을 가지고 포지션을 늘렸습니다. 자사주 소각이란 회사가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사들인 뒤 아예 없애버리는 행위로, 유통 주식수가 줄어들어 남아있는 주주의 지분 가치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SK스퀘어가 이 정책을 실행한 배경에는 SK하이닉스의 HBM 실적이 있었습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굳히면서 벌어들이는 현금이 결국 SK스퀘어의 배당 수입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다시 자사주 소각 재원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이 흐름을 파악하고 나니 투자 논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SK스퀘어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노력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관련 공시들이 상당한 빈도로 올라왔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DART).
SK스퀘어 투자를 검토할 때 제가 실제로 확인했던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SK하이닉스의 HBM 매출 비중과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
- SK스퀘어가 자회사로부터 수취하는 배당 수입 규모
- 자사주 소각 공시 빈도와 소각 수량의 꾸준함
- 비상장 자회사(티맵모빌리티, 11번가 등)의 IPO 가능성과 엑시트 시나리오
HBM 독주와 지주사 리스크,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
이후 SK하이닉스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달아 기록하면서 SK스퀘어의 주가는 1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른바 '황제주'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저도 그 시점에 목표했던 수익률을 달성하고 차익을 실현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시장이 가치를 인정해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수익을 낸 이후에도 이 종목을 계속 지켜보면서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바로 자회사 리스크의 집중도입니다. SK스퀘어는 구조적으로 SK하이닉스의 실적에 지나치게 연동되어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은 사이클 산업이라는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반복됩니다. 만약 글로벌 AI 투자가 일시적으로 위축되거나 HBM 경쟁이 격화된다면, SK스퀘어는 독자적인 방어 기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짚어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투자 지주사의 밸류에이션(Valuation)입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현재 가치를 다양한 지표로 산출하는 과정을 말하며, 지주사의 경우에는 자회사들의 가치 합산(SoTP: Sum of the Parts) 방식이 주로 쓰입니다. SoTP란 각 자회사를 개별적으로 평가한 뒤 그 가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체의 적정 주가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이 방식으로 보면 SK스퀘어의 가치는 사실상 SK하이닉스 지분 가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나머지 비상장 자회사들의 기여도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티맵모빌리티나 11번가 같은 비상장 자회사들이 IPO(기업공개)에 성공하거나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현금화할 경우, SK스퀘어는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비상장사의 IPO 계획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지연될 수 있고, 그것을 확실한 호재로 선반영해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의 기업 분석에 따르면 SK스퀘어의 주당 순자산가치(BPS) 대비 현재 주가 수준은 여전히 할인 구간에 위치해 있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에프앤가이드). 이는 시장이 지주사 구조에 여전히 보수적임을 시사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할인율 축소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SK스퀘어는 AI 반도체 시대의 수혜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일 자회사 의존도가 높고, 독자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구조적 약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종목이 맞는지 틀린지보다는, 본인의 리스크 성향과 투자 기간을 먼저 정해놓고 접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저 역시 단기 차익 실현 전략으로 접근했기에 성공적이었지만, 장기 보유를 선택했다면 이후 반도체 업황 변화에 따라 상당한 변동성을 감내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