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주식은 임상 결과 하나에 반토막 난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저도 그 말을 꽤 오래 믿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하반기, 지지부진하던 셀트리온 주가를 보면서 오히려 분할 매수 버튼을 눌렀습니다. 단순한 배짱이 아니라, 처방 데이터와 PBM 등재 현황을 직접 뒤지면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 판단이 옳았는지, 지금부터 솔직하게 풀어봅니다.
직판 전략이 만들어낸 실적, 그 이면을 봐야 합니다
셀트리온이 2025년에 연결 기준 매출 4조 1,625억 원, 영업이익 1조 1,685억 원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7.5% 급증한 수치인데, 이게 가능했던 핵심은 합병 초기의 고원가 재고 소진과 직판 체제의 안착이었습니다.
셀트리온은 과거 글로벌 빅파마 파트너사에 물류와 영업을 맡기던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과 북미에 자체 영업망을 직접 깔았습니다. 초반에는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치솟아서 수익성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우려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직판이 안착되고 나면 구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유통 마진을 직접 가져오고, 현지 입찰 전략을 유연하게 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유플라이마(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가 52% 점유율을 찍은 것도, 현지 법인이 입찰 타이밍과 가격을 직접 조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여기서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출시되는 동등성이 입증된 복제 생물의약품입니다. 화학 합성 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과 달리 단백질 기반이라 생산 공정 자체가 복잡하고, 허가 기준도 훨씬 까다롭습니다.
북미 매출은 4,200억 원으로, 전년 1,681억 원의 약 2.5배에 달했습니다. 비중도 5%에서 10%로 올랐습니다. 이 숫자 뒤에 있는 것이 바로 짐펜트라입니다. 짐펜트라는 인플릭시맙 성분의 피하주사 제형 의약품으로, 미국 FDA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즉, 경쟁 시밀러들과 가격 출혈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독점적 가격 책정과 별도의 특허 보호 기간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제가 분할 매수를 결심했던 가장 큰 근거가 여기 있었습니다.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이란 미국에서 보험사와 제약사 사이에 위치해 처방약 급여 목록을 결정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합니다. 이 PBM의 선호의약품 목록(Formulary)에 올라야 미국 환자들이 보험 적용을 받고 처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미국 3대 PBM과 모두 등재 계약을 완료했고, 2025년 하반기 기준 환급 커버리지가 90%를 넘어섰습니다. 이 수치를 확인한 순간 저는 주가 반등이 시간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2026년부터 본격 실적에 반영될 신규 바이오시밀러 5종의 현황도 긍정적입니다. 셀트리온이 주목하는 신규 파이프라인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토보클로(프롤리아 시밀러): 미국 FDA로부터 인터체인저블(Interchangeable) 지위 획득. 약국에서 오리지널 대신 바로 대체 조제 가능
- 앱토즈마, 옴리클로 등 5종 신제품: 출시 첫 해 연간 매출 3,000억 원 이상 기여
- 일라이 릴리와의 CMO 계약: 3년간 약 6,787억 원 규모, 2026년부터 실적 반영
여기서 인터체인저블이란 FDA가 특정 바이오시밀러에 부여하는 최고 등급의 동등성 인증을 의미합니다. 이 지위를 받으면 의사의 별도 처방 변경 없이도 약사가 환자에게 오리지널 대신 해당 시밀러를 조제할 수 있어, 시장 침투 속도가 급격히 빨라집니다(출처: 미국 FDA).
CDMO와 신약 파이프라인, 셀트리온의 다음 판은 어디입니까
솔직히 바이오 종목 특유의 임상 변수는 저도 편하지 않습니다.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임상 1상 결과 하나에 주가가 30% 빠지는 구조는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셀트리온의 CDMO 사업 진출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임상 리스크 없이 현금을 만들어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CDMO(위탁개발생산)란 제약·바이오 기업이 의뢰한 물질의 개발부터 임상 및 상업 생산까지 전 단계를 대신 맡아주는 사업 모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미 증명한 사업 구조인데, 셀트리온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파트너사와 개발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대신 해당 후보 물질에 대한 우선 도입 권리를 확보하는 전략을 씁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단순 수탁 생산보다 훨씬 리스크 조정 수익률이 높습니다.
2024년 12월 출범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이미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 시설에서 3년간 약 6,787억 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을 공급하는 계약입니다. 테바(Teva)와의 추가 계약까지 포함하면, 2026년 한 해에만 CMO 매출이 3,000억 원 이상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약 파이프라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ADC(항체-약물 접합체)란 암세포를 정밀 타깃하는 항체에 강력한 항암제를 붙인 차세대 항암 플랫폼으로,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입니다. 셀트리온의 ADC 신약 후보 CT-P70은 비소세포폐암을 타깃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 FDA로부터 패스트트랙(Fast Track) 지정을 받았습니다. 패스트트랙이란 FDA가 심각한 질환을 다루는 유망 신약에 부여하는 제도로, 규제 당국과의 소통 주기를 단축해 전체 개발 기간을 줄여주는 혜택입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냉정하게 보면, 현재 셀트리온의 P/E(주가수익비율) 배수는 45배 수준입니다. P/E 배수란 현재 주가가 연간 순이익의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시장이 미래 성장성에 얼마나 프리미엄을 부여하는지 보여줍니다. JP모건은 이 수준이 2026년 기대 실적을 이미 선반영했다고 판단해 목표주가를 20만 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키움증권 25만 원 등 더 높은 목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2026년 CMO 매출과 짐펜트라 처방량이 숫자로 증명해줄 것입니다.
미국 CMS(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가 발표한 2027년 정책 변화도 셀트리온에 우호적입니다. 보험사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환자 본인 부담 상한액이 올라갈수록, 병원 방문 없이 집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 제형인 짐펜트라의 매력이 높아집니다. 보험사도, 환자도 비용을 줄이고 싶기 때문입니다(출처: CMS).
셀트리온이 '5조 클럽'에 진입하는 2026년이 실질적인 검증의 해가 될 것입니다. CDMO 매출이 본격 반영되고, 신규 5종 시밀러의 번들링 효과가 나타나고, 짐펜트라의 처방 데이터가 계속 우상향한다면 현재의 밸류에이션 논쟁은 자연히 해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의 실적 흐름에 집중하는 전략, 저는 지금도 그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히트뉴스 — 셀트리온 2025년 사상최대 매출 4조·영업이익 1조
블로터 — 셀트리온 실적 고점 경신, 올해 관건 제품믹스·신약
시사저널e — 셀트리온 미국·유럽 신제품 출시, 직판 영향력 커진다